다성 육우(陸羽) 『다경(茶經)』 삼지(三之) – 차를 끓이는 도구
차(茶)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좋은 찻잎뿐만 아니라 **차를 끓이는 도구(茶具)**가 중요합니다.
당나라 시대 육우(陸羽, 733~804)가 저술한 『다경(茶經)』의 **삼지(三之)**에서는 차를 끓이는 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. 이번 글에서는 『다경』 삼지(三之)에 나오는 차 도구의 종류와 역할을 살펴보겠습니다.

1. 『다경』 속 차 도구의 중요성
육우는 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예술과 철학이 담긴 행위로 보았습니다.
그는 차를 끓이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도구(茶具) 또한 차의 품질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.
『다경』 삼지(三之)에서는 총 24가지 차 도구를 소개하며, 각각의 용도와 중요성을 설명하였습니다.
2. 『다경』에 기록된 차 도구 24종
육우가 정리한 차 도구는 크게 차를 끓이는 과정에 따라 나눌 수 있습니다.
🔥 ① 불을 다루는 도구
- 풍로(風爐) – 차를 끓이는 작은 화로
- 차를 끓이기 위해 숯을 피우는 도구로, 바람이 잘 통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.
- 탄갱(炭箇) – 숯을 보관하는 통
- 차를 끓일 때 필요한 숯을 담아두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.
- 화삽(火揷) – 숯을 다루는 작은 집게
- 숯의 양을 조절하거나 불을 정리할 때 사용되었습니다.
💦 ② 물을 준비하는 도구
- 수저(水筯) – 깨끗한 물을 긷는 대나무 도구
- 수경(水甕) – 물을 저장하는 항아리
- 수차(水車) – 물을 떠서 사용할 때 쓰는 바가지
육우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.
따라서 그는 물을 보관하고 사용하는 도구를 따로 정리하였습니다.
🍵 ③ 차를 끓이는 도구
- 전(甑) – 물을 끓이는 큰 냄비
- 차를 끓일 때 사용하는 기본적인 도구로, 크기가 다양했습니다.
- 택(滌) – 물을 붓는 주전자
- 끓인 물을 찻잔에 옮길 때 사용되었습니다.
🍂 ④ 찻잎을 다루는 도구
- 차상(茶床) – 찻잎을 놓아두는 판
- 차절(茶筴) – 찻잎을 덜어내는 작은 숟가락
- 차로(茶籮) – 찻잎을 거르는 체
- 차시(茶匙) – 찻잎을 고루 펴서 덖는 도구
당시에는 차가 덩어리 형태(團茶, 단차)였기 때문에,
이를 부수고 체로 거르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.
☕ ⑤ 차를 마시는 도구
- 차호(茶瓢) – 차를 담는 작은 항아리
- 차석(茶擇) – 차를 덜어 마실 때 쓰는 도구
- 차완(茶碗) – 차를 마시는 잔
- 차탁(茶托) – 찻잔을 올려두는 받침대
육우는 찻잔(茶碗)의 재질이 차의 맛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으며,
가장 좋은 것은 백자(白磁) 찻잔이라고 평가했습니다.
3. 육우가 강조한 차 도구 사용법
육우는 『다경』에서 차 도구를 사용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.
✅ 재질이 중요하다
- 찻잔은 **백자(白磁)**를 사용해야 차의 색과 향이 잘 드러난다.
- 물을 끓이는 냄비는 철(鐵)보다는 흙으로 구운 도자기가 더 적합하다.
✅ 차 도구의 배치는 조화롭게 해야 한다
- 차를 끓이는 과정에서 불, 물, 차 도구의 위치를 신중하게 배치해야 한다.
- 차를 마시는 공간도 깨끗하고 조용해야 차의 맛이 더욱 깊어진다.
✅ 차를 마시는 과정도 하나의 예술이다
- 차를 끓이고 따르는 과정은 급하게 하면 안 되며,
마치 시를 읊듯이 여유롭게 진행해야 한다. - 차를 마시는 사람과 도구의 조화도 중요하다.
4. 『다경』 삼지(三之)가 차 문화에 미친 영향
육우가 『다경』에서 정리한 차 도구 개념은
이후 송나라와 명나라를 거쳐 일본 다도(茶道)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.
- 송나라(960~1279년) → 차를 우려 마시는 방식이 정착되었고,
차 도구도 더욱 정교해졌습니다. - 명나라(1368~1644년) → 개별 찻잎(散茶)을 우려 마시는 문화가 발전하면서,
새로운 형태의 차 도구들이 등장했습니다. - 일본 다도(茶道) → 육우의 『다경』은 일본 다도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으며,
차 도구와 다례(茶禮)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었습니다.
육우가 남긴 『다경』은 단순한 차의 제조법을 넘어서,
차 문화를 하나의 철학적 예술로 정리한 최초의 문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.
5. 마무리 – 차 한 잔과 함께하는 여유
육우는 『다경』을 통해 차를 끓이는 행위가 단순한 음료 제조가 아니라,
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예술이라고 보았습니다.
오늘날 우리는 전기 주전자 하나만 있으면 차를 쉽게 끓일 수 있지만,
육우가 강조한 것처럼 차를 마시는 과정 자체를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?
🔥 불을 피우고
💦 물을 준비하고
🍵 차를 끓이는 과정 속에서,
우리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일지도 모릅니다.
오늘도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, 조용한 시간을 가져보세요. 😊🍵