보이차

차가 익어가는 시간: 홍콩의 입창, 번창, 퇴창 이야기

“이 차는 몇 번의 창고를 거쳤나요?”
홍콩의 오래된 보이차 상점에선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.

그들에게 보이차는 단순한 ‘차’가 아닙니다.
시간과 공간, 기후와 정성이 겹겹이 쌓인 시간의 예술품이죠.

오늘은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보이차 숙성의 3단계,
**입창(入倉), 번창(翻倉), 퇴창(退倉)**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.

홍콩보이차




1단계: 입창(入倉) — 차를 들이다

홍콩의 보이차 숙성은 ‘입창’이라는 의식으로부터 시작됩니다.
말 그대로, 차를 창고에 들여놓는 것이죠.

홍콩은 기후가 덥고 습해서, 창고 안은 자연스럽게 후숙에 적합한 환경이 됩니다.
이곳에서 보이차는 서서히 숨을 쉬며, 본격적인 숙성 과정을 시작하죠.

창고 안에선:

  • 차가 습기를 머금고,
  • 점점 부드러워지며,
  • 어릴 때의 쌉싸름함이 사라지고,
  • 진하고 깊은 향을 만들어냅니다.



2단계: 번창(翻倉) — 차를 뒤집다

차가 일정 시간 입창된 뒤, 홍콩 사람들은 다음 작업에 들어갑니다.
바로 “번창(翻倉)”, 즉 차를 뒤집고, 위치를 바꾸고, 다시 숨 쉬게 하는 일입니다.

▶️ 번창의 목적은?

  • 균일한 숙성: 창고 안의 위치에 따라 온도·습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,
    차를 다른 쪽으로 옮기거나 쌓인 방향을 바꿔 모든 차가 고르게 숙성되도록 도와줍니다.
  • 과도한 습기 조절: 너무 습해진 차는 다른 장소로 옮겨 말리는 조치도 병행합니다.
  • 차의 상태 확인: 곰팡이, 이취, 이상 숙성이 없는지 체크하고, 문제 있는 차는 걸러냅니다.

이 번창 작업은 한 번이 아니라, 몇 년에 걸쳐 여러 번 반복되기도 합니다.
홍콩에서는 이것이 바로 노차를 ‘기르는’ 작업으로 여겨지죠.


3단계: 퇴창(退倉) — 차를 꺼내다

숙성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, 차의 상태가 만족스러워졌다면
마지막 단계인 **퇴창(退倉)**을 진행합니다.

퇴창이란, 차를 창고에서 꺼내어 일반적인 유통이나 보관 상태로 전환하는 것입니다.

  • 입창에서의 고온다습한 환경을 벗어나
  • 더 안정적이고 깨끗한 장소(건창이나 일반 창고 등)로 옮기며
  • 숙성을 마무리하고 차를 ‘휴식 상태’로 들어가게 하는 과정이죠.

퇴창된 차는 더 이상 빠르게 숙성되지 않으며,
이제는 마실 준비가 된 노차로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.


그들은 왜 이렇게까지 할까?

홍콩의 보이차 상인들과 장인들은 좋은 노차 한 덩이를 만들기 위해
수년간, 혹은 10년 이상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.

입창 → 번창 → 퇴창
그리고 다시 입창…
차의 상태에 따라 여러 번 창고를 바꾸기도 하고,
다른 지역의 환경을 활용해 창고를 순회시키는 경우도 있어요.

그들에게 차는 생명이고,
숙성은 돌봄이며,
시간은 스승입니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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