차(tea)지식

다성 육우의 『다경(茶經)』 이재(二之) – 차를 만드는 방법(채집 및 가공)

차(茶)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, 재배부터 가공까지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그 진정한 맛과 향을 발휘할 수 있는 예술과도 같습니다. 이러한 차의 제작 과정은 당나라 시대 육우(陸羽, 733~804)가 저술한 『다경(茶經)』의 **이재(二之)**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. 이번 글에서는 『다경』의 이재(二之)에 나오는 차의 채집(採茶)과 가공(製茶) 과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.

1. 차의 채집 – 올바른 잎을 고르는 과정

육우는 차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로 올바른 찻잎을 채집하는 과정을 강조했습니다. 그는 차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 잎의 상태, 채엽 시기, 채엽 방법을 꼽았습니다.

(1) 차를 채집하는 시기

육우는 『다경』에서 차를 채집하는 시기(時期)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.

  • 가장 좋은 찻잎은 봄(특히 곡우, 4월 20일경) 무렵에 채집된다고 하였습니다.
  • 이 시기에 찻잎이 가장 연하고, 향이 깊으며, 차의 기운이 살아 있다고 보았습니다.
  • 늦봄이나 여름에 채집된 차는 품질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.

(2) 올바른 찻잎 선택

육우는 차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로 찻잎의 크기와 모양을 언급했습니다.

  • 잎이 작고 여린 것일수록 고급 차로 평가하였으며,
  • 너무 크고 거친 잎은 차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았습니다.
  • 채집 시, 비나 안개가 낀 날은 피해야 하며 맑고 건조한 날에 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.

2. 차의 가공 – 제조 과정

찻잎을 채집한 후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 가공해야 비로소 좋은 차가 완성됩니다. 육우는 『다경』에서 당시의 차 가공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.

(1) 증제(蒸製) – 찻잎을 찌는 과정

육우가 살던 당나라 시대의 차 제조법은 찻잎을 증기로 쪄서 가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.
이 방법은 오늘날의 일본 녹차(증제 녹차, 煎茶) 가공 방식과 유사합니다.

  • 신선한 찻잎을 끓는 물의 증기로 쪄서 산화(발효)를 막고 색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.
  • 찌는 과정에서 잎의 조직이 부드러워지고, 차의 떫은맛을 줄이며, 향을 살려줍니다.

참고: 오늘날의 중국 녹차는 주로 ‘덖음(炒青)’ 방식을 사용하지만, 당나라 시대에는 ‘증제’ 방식이 더 일반적이었습니다.

(2) 유념(揉捻) – 찻잎을 비비는 과정

찐 찻잎은 손이나 도구를 이용해 비벼주는 과정을 거칩니다.

  • 유념은 찻잎 속의 수분을 골고루 배출하고,
  • 찻잎의 성분이 잘 배어나오도록 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.
  • 이 과정을 통해 차의 향과 맛이 더욱 깊어집니다.

(3) 건조(乾燥) – 차의 보관성을 높이는 과정

찻잎을 비빈 후에는 햇볕이나 불에 말려서 수분을 제거해야 합니다.

  • 햇볕에 말리는 경우 차의 자연스러운 향과 색이 유지됩니다.
  • 저온에서 서서히 말리면 부드러운 맛이 나며,
  • 급속 건조를 하면 강한 향을 가진 차가 됩니다.

육우는 차를 보관할 때 습기를 피하고 건조한 곳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. 그렇지 않으면 차의 품질이 쉽게 변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.

(4) 성형(成形) – 덩어리차(단차, 團茶) 형태로 제작

당나라 시대에는 오늘날의 잎차(散茶) 형태보다, **단차(團茶)**라는 형태가 더 일반적이었습니다.

  • 단차는 찻잎을 둥글거나 네모난 모양으로 뭉쳐서 만든 차로,
  •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고,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.
  • 사용 시에는 덩어리를 부수어 가루로 만들거나, 끓여 마시는 방식이었습니다.

이후 송나라 시대에는 단차를 가루로 만들어 마시는 말차(抹茶) 문화가 발전했고,
명나라 이후에 오늘날과 같은 잎차(散茶) 형태의 차가 등장하게 됩니다.

3. 『다경』 이재(二之)가 차 문화에 미친 영향

육우의 『다경』 이재(二之)는 단순한 차 제조법을 넘어서, 차를 만들 때의 정성과 철학을 강조한 책이었습니다.

  • 그는 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채집과 가공법을 중시하였으며,
  •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차를 예술적, 철학적인 대상으로 승화시키는 데 기여하였습니다.
  • 이후 송나라와 명나라를 거치며 차 제조 방식이 다양하게 발전하는 기초를 마련했습니다.

마무리

차 한 잔을 만들기까지는 수많은 과정과 정성이 필요합니다.
육우가 『다경』에서 강조한 채집과 가공 과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, 차를 대하는 마음가짐과 철학까지 담고 있습니다.

오늘날에도 차를 마시는 것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, 차 한 잔 속에 담긴 자연의 조화와 정성을 음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.
다음번에 차를 마실 때는, 이 한 잔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앞에 놓였는지 생각하며 더욱 깊이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? 😊🍵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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